20161118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문화생활|2017.09.04 08:00

'빈센트 반 고흐'는 테오가 빈센트의 유작전을 감행하며 형의 족적을 회상하는 내용의 뮤지컬이다. 극 전체를 지배하는 드라마적 갈등이 있는 게 아니라서 혹자에게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허나 반대로 생각하면 빈센트의 불운한 인생사가 세간에 너무나 잘 알려져 있으므로 누구든지 쉽게 공감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넘버들도 생각 외로 다양한 데다 각각의 에피소드와 꼭 맞춘 듯 어울려서 몰입도를 높인다. 개인적으로는 지루함을 느낄 새도 없을 만큼 극에 푹 빠져들었다. 

이 극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빈센트 반 고흐의 명화들을 무대 영상으로 재현했다는 것이다. 그 중 일부는 3D로 움직이기도 해서 더욱 특별함을 더한다. 예컨대 빈센트와 테오의 대화에 맞춰 고개를 움직이는 시엔의 그림이라든지 별빛이 일렁이는 론 강, 너울거리는 밀밭 등등. 단순히 그림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무대 벽이나 캔버스에 시기적절하게 띄워주는 연출력이 뒷받침되어 있었다. 

내가 제일 인상 깊었던 것은 고갱이 그린 빈센트의 초상화였다. 그 전에 나왔던 빈센트의 자화상 여러 점과 자연스레 비교되어 소름이 돋았다. 빈센트가 묘사한 자신과 고갱의 눈으로 본 모습은 상당히 달랐고, 그 부분에서 예술에는 작가의 관점이 반영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빈센트에게 더욱더 연민이 들었다. 현대인에게 열렬히 사랑받는 예술가가 당대에는 혹독한 인생을 살고 갔다는 게 새삼 슬프고 가슴 아팠다. 테오의 존재가 빈센트에게 얼마나 삶을 지탱할 수 있는 버팀목이자 위로가 되었을지. 테오 부부의 아기를 위해 그린 '꽃이 핀 아몬드 나무'는 너무나 익숙한 그림이었지만 그것이 스크린에 가득 펼쳐졌을 때는 이전과 다른 느낌이 들었다.

배우들의 열연 덕분에 무한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직도 머릿속에 빈센트 반 고흐의 여러 넘버들이 두둥실 떠다닌다. 김경수 배우의 빈센트는 순수하다 못해 천진한, 예술가의 단면을 의인화한 것 같은 캐릭터였다. 동시에 부드럽고 따뜻함이 느껴져 순간순간 울컥하게 될 때가 있었다. 넘버들도 어찌나 시원하게 부르는지 감탄스러운 순간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서승원 배우 또한 테오, 아버지, 고갱 등 모든 캐릭터를 잘 맞는 옷처럼 연기하며 나를 두번 세번 울렸다. 테오일 때는 간혹 날카롭게 쏘아붙일 때도 있지만 세상없는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주었으며 아버지일 때는 감히 거스를 수 없는 엄한 가부장의 모습을, 고갱일 때는 자신감 넘치고 뻣뻣한 엘리트를 멋지게 연기했다. 

OST를 꼭 구입하고 싶었는데 품절인 것 같아서 아쉬웠다. 한 번 듣고 보내기에는 너무 아름다운 넘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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