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비한 동물사전'

문화생활|2017.09.02 06:22

1.
나 혼자서는 이 영화를 보러 영화관까지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해리포터를 보며 자란 세대에 속하기는 하지만 신비한 동물사전은 제목부터 시작해서 별로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그러나 영화를 본 지금은, 조앤 롤링은 역시 천재적인 이야기꾼이라는 감탄밖에 안 나온다. 신비한 동물이라는 소재로부터 이렇게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다니.

2.
이 영화의 주인공인 뉴트와 노마지인 제이콥이 동행하는 것을 보며 문득 닥터후가 연상되었다. 뉴트가 역대 닥터들처럼 괴짜 축에 들기도 하고 제이콥이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호기심 많은 인간이라서. 사실 제이콥은 자신을 평범한 인간이라고 정의하지만 나에게는 그다지 평범해보이지 않았다. 마법사들과 같은 특별한 마법능력이 없을 뿐 그는 마법세계를 보고도 두려워하거나 탐욕을 부리지 않는 순수한 영혼을 가졌기 때문이다. 매일같이 다른 사람의 마음이 읽히는 퀴니에게 그런 제이콥이 특별해보이는 건 당연했다. 또한 해리포터 시리즈와 달리 이 영화는 제이콥을 비롯한 성인들이 주를 이루는데, 내가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그게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오히려 제이콥의 존재가 조앤 롤링이 독자들에게 보내는 사랑과 존경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3.
환상적이고 박진감 넘치는 모험의 끝에는 노마지들과 평화롭게 공존해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마법 의회와, 그런 방식은 비굴하다고 생각하는 그린델왈드의 대립이 가시적으로 드러났다. 사실 나의 관점에서는 마법 의회 역시 인간들을 기만하고 있는 거나 다름없다. 당장 위협이 되는 게 그린델왈드라는 것도 부정할 수 없지만.

4.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크레덴스, 그리고 크레덴스가 폭주하기까지의 과정이다. 의붓어머니에게 학대 당하던 크레덴스가 마음을 둘 곳은 그레이브스뿐이었는데, 자신의 손으로 사람을 해친데다 그레이브스에게 버림받기까지 했으니 폭주하는 건 예정된 수순이었다. 마음이 산산조각난 채 뉴욕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던 크레덴스는 사실 무섭고 두렵기만 했을 것이다. 그런 크레덴스에게 손을 내민 티나가 내 눈에는 엄청난 영웅으로 보였다.

5.
쿠키가 있을 것만 같았는데 없어서 허전했다.

6.
생각지 못하게 힐링하게 되는 영화였다. 동물들 위주로 더 많은 볼거리가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기는 한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워서 언젠가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 후속작을 기다리며 동명의 책을 한번 읽어볼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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