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복사랑니 발치 후기

일상생활|2018.09.25 21:27

서론: 사랑니 THE GUEST

오랜 세월 동안 사랑니 발치는 나와는 상관없는 딴세상 이야기인줄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남들 다 사랑니를 뺄 때 나는 엑스레이 상으로 사랑니가 없다는 판독을 받았으며, 치과의사로부터 턱이 작으니 사랑니가 날 공간이 없겠다는(?) 선고 아닌 선고를 들은 바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사랑니라는 놈을 우습게 봤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그러면 안 됐던 것이다.

얼마 전 어금니가 아파서 들른 치과에서 위아래 도합 4개의 사랑니가 안녕? 하고 인사하는 장관, 아니 사진을 보고 숨이 턱하니 멎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렇다. 턱이 작으면 누워서 나는 것이 바로 사랑니인 것이다.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당장 뽑아야겠다는 결심이 든 이유는, 지난 몇 년간 이유 모를 아래턱의 묵직한 압박감과 시시때때로 당기고 밀리는 통증에 시달려왔는데 전구에 불 들어오듯, 모든 것이 사랑니 때문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기 때문이었다.

이게 다 사랑니 때문이다.

한번 빼야겠다는 마음이 서자 최근의 모든 업무적인, 대인관계에서의, 개인적인 삶의 트러블이 사랑니 때문인 것만 같고, 사랑니를 빼면 이 생에서의 모든 문제가 말끔히 해결될 것만 같은 기분에 고취되었다. 그래서 그날로 발치할 날짜를 잡았다. 

치과의사는 매복사랑니라서 마취까지 총 1시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잇몸 밖으로 안 나오고 파묻혀있는 게 '매복사랑니'라나 보다. 완전히 누운 것은 아니지만, 이거 하나만 뽑기에도 시간이 걸릴 것 같고 환자분이 힘들어할 것 같아서 두 개 이상 발치는 무리라고도 하더라.

주위 사람들은 한번에 두세개씩 뽑았다고 들어서 의아하긴 했지만, 내 생각해서 하나만 뽑겠다시니 그러려니 했다. 

 

발치 STEP 1, 2, 3

나의 매복사랑니^^7

 

치과에서 지시한 대로 발치 하루 전날부터 약을 복용했다. 드디어 수술 당일, 치과의자에 오르자 여러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을 오갔다. 아프겠지? 잇몸을 절개하는 거니까 피도 많이 날 것이고, 마취가 풀리면 엄청 아프겠지. 혹여나 신경 손상이 오면 어떡하지?

그러던 중 치위생사가 준 발치 수술 동의서에 싸인을 했고 곧이어 의사가 들어왔다.

발치하는 순서, 먼저 입을 벌린다. 사실상 입만 제대로 벌리고 있으면 의사가 다 알아서 하는 것 같았다. 발치하는 동안에는 환자 입장에서 고생할 일이 거의 없었다. 물론 나와 달리 까다로운 수술이 되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마취주사는 잇몸 여기저기와 볼까지 4대를 맞았다. 바늘이 꽤 깊숙이 들어오는데 날카롭게 아프다기보다는, 뭉툭한 통증이라 그럭저럭 버틸 만했다. 그리고 마취가 될 때까지 치과의자에 누운 채 15분 정도 기다려야 했다.

잇몸부터 입술까지 점점 감각이 무디어지자 어딘가로 사라졌던 의사가 돌아와서 집도를 시작했다. 그날따라 피곤해서인지 노곤하게 졸려서 아마 입을 벌리고 있어야하는 게 아니면 선잠이 들었을 법도 했다.

먼저 잇몸을 절개하는 것 같았고(물론 감각이 없어 안 느껴짐) 그 다음에는 사랑니를 쪼개고, 잘라내고, 뜯어내는 것 같았다. 맨 마지막에 '뚝뚝 소리가 날 거'라고 하면서 조각낸 치아를 빼내는데 희한하게 앞니에 찌릿한 감각이 느껴지던 게 기억에 남는다. 

시간은 마취까지 다해서 40분 정도 걸렸다. 잇몸을 열어보니 막상 뿌리가 깊지 않아서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발치가 되었다는 설명을 들었다. 그러면서 거즈를 발치한 자리에 끼워주며 2시간 동안 단단히 물고있으라고 했다.

 

ADIOS 사랑니



여기서 나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집에 오는 길에 (사랑니 뺐다고 신나서) 말을 많이 하느라 거즈를 제대로 물고있지 않았던 것이다. 이게 끝이 아니었는데, 집에 와서 발치한 지 한시간만에 잠들어버린 것이 또다른 실수였다.

그 결과 지혈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서 6시간 후까지 피가 철철 흐르는 참사가 벌어졌다. 잇몸을 타고 피가 주르륵 흘러내리는 것이 결코 침착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새 거즈를 바르게 끼우고 단단히 물고 있으니 1시간 정도 후에는 출혈이 멈추긴 했다. 피바다를 면했다는 것이지 입을 벌리거나 상처에 자극이 가해질 때마다 피가 베어나오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었는데, 그 정도는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 같다.

지혈이 잘 이루어져야 붓기가 덜하다는 의견도 있던데, 그래서인지 3일이 지난 지금도 붓기가 꽤 있는 편이다. 발치 당일이나 다음날쯤 사탕 하나 문 것처럼 붓는 게 보통이라면 나는 지금도 아래턱 쪽으로 붓기가 두툼하다.

그러니까 발치 후 제일 중요한 것은 치과에서 안내해준 사항을 칼같이 지칠 것, 그 중에서도 지혈에 관한 것이라면 특히 신경 쓰는 것이 좋겠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아무리 졸려도 발치 후에 바로 잠들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약은 처방받은 대로, 처방받은 만큼 다 먹어야한다. 약을 복용하는 동안에는 술, 담배는 꼭 멀리 해야하며 가급적이면 커피 같은 카페인도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드라이소켓을 방지하고 상처가 정상적으로 아물게 하기 위해 빨대로 음료를 빨아마시는 행위도 절대 금물이다. 입 안에 압력이 가해지면 안 돼서 흡연이나 침을 뱉는 행위 역시 금지라고 한다.

발치한 지 어느덧 4일째 밤이 지나고 있다. 붓기도 오늘부터 꽤 많이 빠져서 그럭저럭 사람의 몰골이 되어가는 듯하다. 나는 아직 입 안에 염증이 그득그득해서 약도 좀 더 먹어야 하고, 관리를 계속 해줘야하지만 삶의 질을 저하시켰던 사랑니가 하나 사라졌다는 것만으로도 날아갈 것처럼 시원한 기분이 들기는 한다.

첫번째 사랑니 발치후기 끝.


2019/06/11 - [일상생활] - 두번째 매복사랑니 발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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